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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s

  • Release Date 2014-10-27

Description

김정균 1집 [달동네]

도깨비 시장 초입의 통닭집에서 닭을 튀긴다. 다리는 제일 먼저 넣고 제일 나중에 꺼낸다. 날개는 제일 나중에 넣고 제일 먼저 꺼낸다. 한참 신기해하다 아저씨가 봉투에 담아준 통닭 한 마리를 들고서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오는 길에 소주도 몇 병. 올 1월부터 정균이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오징어 다리나 김, 통닭 같은 안주를 주섬주섬 챙겨 술 한잔 하다 잠드는 일이 늘었다. 빠지지 않는 첫 번째 정규앨범 이야기.

처음에 정균이는 밤에 대한 이야기로 앨범을 채우고 싶어 했다. "Midnight Picnic", "밤이라 그래", "밤 새운 이야기". "기차"도 원래 밤기차를 염두에 두고 썼다. 설렘으로부터 쓸쓸함으로 회귀하는 밤의 이미지를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속성으로 삼고 싶어 했다. 흔들리는 그네와 잠들지 못한 채 흘리는 눈물이 함께 자리한 앨범. 정균이는 그런 앨범을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곡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밤’이라는 단어에 대한 집착이 도리어 이 앨범의 어깨를 기울게 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나 보다. 주제를 제한한다는 게 보여줄 수 있는 세계관을 제한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정균이는 '밤'을 내려놓고,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곡을 병치시키기 시작했다. "밤 새운 이야기"가 있으면 "밤새 운 이야기"가 있고, "알람시계"가 있으면 "태엽시계"가 있다. 머묾의 상징인 "집" 뒤에는 떠남의 상징인 "기차"가 등장한다. 이러한 방식이 어두운 쪽으로만 기울어지려 하는 정균이의 마음을 붙들었다.

이번 앨범 속 그의 목소리는 그가 앞서 김거지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두 장의 EP에서 보여줬던 절규에 가까운 외침("독백"이나 "때"에서 등장하는)보다는 조금 더 차분하고 정제된 목소리에 가깝다. 절규 뒤에 오는 쓸쓸함과 그로부터의 회복이 서서히 그 안에 자리한다. 이전의 거지가 대상에 거리를 두지 못하고 대상을 붙잡고 절규했다면, 이번의 정균이는 대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대상을 바라보고 이야기한다. 타이틀곡 "야경"에서 그가 옥상에 앉아 "그래 괜찮아 중얼거리며" 생각하는 '너'는 공기와 풍경에 섞여 인식되는 너다. 너의 부재가 공기와 풍경을 낯설게 하고, 너의 존재가 그것을 익숙하게 한다. 그 공기와 풍경 속에서 '나'는 포개지지 않는 익숙함과 낯섦 사이의 거리를 생각하게 된다.

김정균 1집 [달동네]는 겹쳐지지 않는 것들, 그로 인해 생기는 거리, 그 거리가 이루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너와 나, 표정과 마음, 물듦과 시듦, 과거와 지금, 떠남과 머묾. 겹쳐지지 않는 것들은 "태엽을 감아 시간을 맞춰("태엽시계" 中)"도 여전히 어긋나있다. 이 어긋남으로 인해 거지는 "내 마음 안아줄 곳("집" 中)"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리고, 방황하는 그 길에 서서 모든 게 흘러가고 변해가도 마음에 그대로 남아있는 "오지 않는 누군가("러버서울" 中)"를 기다린다. 기다림의 장소에서 먼 곳의 반짝임과 가까운 곳의 어둠을 들추며 노래를 뱉어내는 일, 정균이가 한 해 동안 한 일이다.

내가 아는 정균이는 달에서 동네를 향해 노래하는 사람 같기도 하고, 동네에서 달을 향해 노래하는 사람 같기도 하다. 지친 도시인 같으면서도 도로 한복판에서 오두막을 짓고 수박을 먹고 있는 순박한 시골 소년 같기도 하다. [달동네]에는 김정균이라는 한 사람이 만드는 두 모습 사이의 거리, 그리고 그 거리가 이루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 사람 안의 두 세상의 풍경이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대고 사는 달동네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서 앨범 이름으로 붙였다.

오랜 준비 끝에 이제 첫 숨을 뱉는 김정균 1집 [달동네]가 부자들에게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그 둘 사이 등짝 같은 사람들에게도 흔들리는 빛이 되길 빈다.

반거장에서
친구 반기훈

Kimgerji

김거지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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