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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s

  • Release Date 2015-12-15

Description

하늘로 오르는 동화, 잔물결 이는 노래, 땅이 키운 감귤이 모두 담긴 앨범.


루시드폴의 일곱 번째 정규 앨범 《누군가를 위한,》은 동화 ⟨푸른 연꽃⟩이 실린 책과 동화의 사운드트랙을 포함해 15곡이 담긴 시디가 묶인 이색적인 앨범이다. 한정판에 한해선, 그가 직접 재배한 감귤과 제주에서 찍은 사진 엽서도 함께 판매된다. 글과 음악과 과실과 사진이 하나가 된 앨범은 여지껏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하지만, 루시드폴의 경우라면 말이 된다. 루시드폴은 지금껏 싱어송라이터로서 꾸준히 경력을 쌓아 왔을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 단편소설집《무국적 요리》, 서간집《아주 사적인, 긴 만남》《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 번역서 《부다페스트》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다.

2014년, 루시드폴은 제주로 이주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연히 동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일을 하게 되었다.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그에게 업히고 안기고 매달리는(?) 모습에 루시드폴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기쁨을 처음으로 맛봤다고 한다.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 1896–1933)의 동화에 심취하더니, 동네 바다와 숲에서 만날 수 있는 온갖 생물들 — 꽃, 나무, 들짐승, 물고기, 산새, 바닷새 등등 — 을 그냥 지나치는 일 없이 관찰하고 사진으로 찍어 두기도 했다. 《어쩌다 여왕님》과 《책 읽는 유령 크니기》를 번역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동화를 쓰기 시작한다. 그의 마음 속에 차오른 이야기는 소설도, 시도, 에세이도 아닌, 동화라는 그릇에 담는 게 가장 적절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어릴 적 기억과 현재 제주에서의 삶을 녹인 동화 ⟨푸른 연꽃⟩이 탄생한다⟨푸른 연꽃⟩은 주인공 마노를 중심으로, 떠나고 돌아오는 많은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누나로부터 ‘세상은 아주 커다랗고, 보드랍고, 파란 연꽃 속에 있다’는 얘기를 들은 마노는, 숲으로, 바다로, 하늘로, 이끌리듯 떠나며 상처 입은 영혼들과 조우하고 마음을 나눈다. 그리고 하늘로 오르는 아버지와 이별한다. 한 아이의 슬픈 이별을, 루시드폴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하여 음악적인 이야기로 빚어냈다.

귀로, 눈으로, 입으로, 느끼는 공감각적인 앨범
앨범에는 동화를 위한 사운드트랙 5곡이 실려 있다. 주인공 마노의 감정을 실은 노래와 배경처럼 펼쳐지는 연주곡은 독자에게 ⟨푸른 연꽃⟩을 들리게도 한다. 동화를 읽으며 사운드트랙을 들어 보길 바란다. 동화가 마법처럼 음악이 되어 흐르고 당신은 어느새 마노와 함께 구름 위를 날고 있을 것이다. 또한, 앨범에 수록된 여타 10곡들은 동화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를테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부르는 주인공 마노의 목소리는 1월부터 12월까지 언제나 행복할 거라는 (그럴 거예요) 루시드폴의 목소리와 이어져 있다. ‘별은 반짝임으로 빛나죠’를 부르는 사모의 목소리는 ‘가장 멀리 있어도 가장 빛나’는 (명왕성) 루시드폴의 목소리와 닿아 있다. 노란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는 바닷속 아이의 모습은 ‘영원의 날개를’ 단 나비가 되고(아직, 있다.), ‘누군가의 꽃이 되었’을 (4월의 춤) 수많은 존재들은, 동화의 마지막에도 수많은 꽃이 되어 다시 세상에 태어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민들레꽃처럼 웃어주’며 (우리, 날이 저물 때) 노래 부를 것이다.
그래서 이 앨범은 음악과 이야기, 어느 쪽도 빼 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정신적(글, 음악, 사진), 육체적(감귤) 창작 활동을 담으려고 한 것 같다. 그는 이번 앨범이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온라인 음원으로 쪼개서 소비하기엔 너무 많은 감각들이 담겨 있고, 또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런 점은 루시드폴이 앨범의 가치에 대해 고민한 결과다. 음원이 대신하지 못하는 앨범의 고유한 기능 — 뮤지션의 어느 한 시기의 음악 작업을 총체적으로 전달하는 기능 — 을 한껏 살리고 싶었던 것이다.

사랑받지 못할 영혼은 없다.
이 앨범은 실은 한 사람이 아닌 수많은 영혼을 위한 앨범이다. ‘4월의 춤’과 ‘아직, 있다.’는 먼저 우리 곁을 떠난 영혼들이 꽃이 되고, 나비가 되어 부르는 노래다. 또, 제주에는 산간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하는 야생동물들이 숱한데, 동화 ⟨푸른 연꽃⟩에 등장하는 상처 입은 동물들은 꼭 제주 어딘가에서 숨어 살고 있을 것 같다. 소중한 반려견, 사랑하는 사람, 아득히 먼 우주의 명왕성까지. 루시드폴은 지금껏 노래해 온 삶을 7집에서는 더 넓게, 더 깊게 사랑해준다. 별빛을 별자리라는 이름으로 잇듯이 만물을 이어준다. 사랑받지 못할 영혼은 없다며.

음악을 위한,
이번 앨범에는 멜로디가 아름다운 곡들이 많다.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금새 뇌리에 박힌다. 루시드폴 특유의 시정적(詩情的) 가사는 여전히 가슴에 스민다. 루시드폴은 여느 작품보다도 더 내츄럴한 사운드와 공간감을 함께 담아내려 애썼다. 피아노 솔로 한 곡의 녹음을 위해 스튜디오를 바꿔가며 몇 번을 재녹음했으며,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된 사운드는 마치 눈 앞에서 라이브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생생한 공기의 울림을 전해준다. 오랜 호흡을 맞춘 동료들과의 정제된 연주와 나긋나긋한 루시드폴의 목소리는 이전 앨범보다 한층 더 선명하게 들린다. 이는 전과정이 24bit/96kHz 혹은 32bit/96kHz의 고해상도로 녹음/믹스되었고, DSD (Direct Stream Digital)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도쿄 사이데라 스튜디오에서 마스터링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스터링 엔지니어 모리사키 마사토 (森崎雅人)씨는 다음과 같은 작업 후기를 남겨주었다.
아날로그 테잎 레코더를 이용하여 따스함과 보컬의 존재감, 소리의 윤기를 만들었으며, DSD 작업을 통한 특유의 순수한 음색과 넓은 공기감으로 앨범의 마스터링이 완성되었습니다. 아날로그 장비의 미세한 조정만으로 소리를 완성한 것입니다. 이번 마스터링은 악기에 많은 가공 없이 좋은 점을 최대한으로 살려낸 「스시」와 같은 마스터링 입니다. 왜나면 믹스 마스터의 노래와 연주가 너무나 섬세하고 훌륭했기 때문입니다.
사운드에 대한 고집을 포기하지 않는 뮤지션에게 이보다 좋은 칭찬이 또 있을까.
각 곡들을 소개한다.

1. 집까지 무사히 (푸른 연꽃 ost)
루시드폴이 처음으로 작곡한 피아노 솔로곡으로 루시드폴 7집 ⟪누군가를 위한,⟫은 시작된다. 느린 호흡으로 진행되는 피아노 멜로디가 당신에게 푸른 연꽃 속으로 들어오라 손짓한다.
2. 4월의 춤
‘4월의 춤’은 4월이면 피어나 제주 섬을 노랗게 물들이는 유채꽃에서 떠난 자의 영혼을 느끼어 만든 곡이다. 미니멀한 피아노 터치 위에 루시드폴의 나일론 기타 소리, 그리고 콘트라 베이스 소리가 합쳐진다. 끊임없이 바위에 부딪치며 부서지는 파도 알갱이들이 노래하는 것 같아 눈물겹다. 사랑받지 못할 영혼은 없는 거라고. 용서하라고.
3. 명왕성
루시드폴은 실제로 어린 시절 별을 좋아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명왕성을 태양계의 막내 행성으로 배웠던 루시드폴이 어른이 된 사이 명왕성은 태양계에서 행성의 자리를 빼앗겼다. 그리고 2015년 태양계 끝에서, 우주선 뉴호라이즌 호가 명왕성의 모습을 보내왔다. 무려 하트 모양이 새겨진 별! ‘명왕성’은 더 이상 기억되지 않는, 그러나 언제나 존재하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다.
4. 아직, 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영혼이 부르는 노래다. 가슴이 너무 아픈 이야기라 오히려 노랗게 밝다.
5. 봄, 여름, 가을, 겨울 (푸른 연꽃 ost)
주인공 마노가 누나를 위해 버섯을 따러 산에 가서 길을 잃고 부르는 노래다. 숲에서 길을 잃은 마노는 ‘산에서는 노래를 부르면 좋아. 안 무섭거든’ 하고 말한 누나의 말을 떠올리고는, 아빠에게 배운 이 노래를 부른다. 느릿느릿한 동요풍의 곡이 셔플 스윙과 집시 스윙으로 바뀌며 산길을 달리는 마노의 모습을 그린다. 평소 팬이었던 홍갑에게 노래를 부탁했다.
6. 그럴 거예요
루시드폴의 여전한 삼바 사랑을 엿볼 수 있는 곡. 이 곡에서는 ‘눈은 커녕 비만 오는 크리스마스’를 노래하지만… 맞아요! 우린,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좋을 거예요. 그럴 거예요! (Eu acho que sim!)
7. 우리, 날이 저물 때
피아노와 콘트라 베이스 그리고 루시드폴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 충분한, 여백이 있는 곡이다. 서로를 위해 말을 아끼는 연인과 같다. 사랑하는 이와 이렇게 헤어질 수만 있다면.
8.¬ 구름으로 가자 (푸른 연꽃 ost)
푸른 연꽃의 두 주인공, 마노와 사모는 숲과 바다를 지나 함께 구름 속으로 날아간다. 음악만 들어도 포근해지고, 구름을 나는 것 같다. 루시드폴이 직접 편곡한 현악곡을 미국 L.A.에서 박인영의 지휘로 녹음했다. 달콤한 플루겔혼 소리로 주인공들의 행복한 마음을 표현했다.
9. 지금 다가오고 있어
설레는 가사와 목소리에 그루브감이 더해져 오묘한 분위기의 곡이 탄생했다. 크리스마스에 이 노래와 와인 한 잔, 그리고 연인만 곁에 있다면 완벽할 것 같다. 미국 출신 드러머 스티브 프루잇 (Steve Pruitt)의 그루비한 리듬, 펜더로즈 (Fender Rhodes) 사운드에 커먼그라운드의 기타리스트 재인의 연주가 더해졌다.
10. 스며들었네
격한 클라이맥스 없이 포리듬 연주만으로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감정을 차오르게 만드는 곡이다. 고요하게 아름답다. 스캣과 함께 연주하는 기타 후주 를 들으면, 달이 환한 밤 천천히 차오르는 바닷물이 연상된다.
11. 별은 반짝임으로 말하죠 (푸른 연꽃 ost)
하늘로 올라가는 아빠를 바라보는 마노에게 사모가 불러주는 노래다. 싱어송라이터 이진아가 맑고 앳된 목소리로 사모의 목소리가 되어주었다. ‘별’의 노래는 간결한 멜로디임에도 애틋함이 살아 있다.
12. 약속할게
루시드폴의 반려견 보현을 위해 쓴 노래. ‘문수의 비밀’에 이은 6년 만의 강아지송이다. 알토 플룻과 콘서트 플룻의 이성부 멜로디가 마치 루시드폴과 보현이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담아낸 것만 같다. 반려견 보현이가 특별 게스트로 참여해 청아한 목소리를 뽐냈다고. 브라질리안 쇼루 (choro) 밴드, 욕구불만 (Desejo Insatisfeito)의 리더 윤혜진이 플룻을 연주해주었다.
13. 종이새
6집(2013) ‘바람 같은 노래를’에 이어, 루시드폴의 ‘목소리와 기타’ 계보를 잇는 곡이다. 내 맘은 작고 여린 나뭇잎 같다고 노래할 수 있는 루시드폴. 소년과 같은 감수성으로 써낸 이 곡이 무척 연약하게 느껴진다.
14. 천사의 노래
루시드폴이 좋아하는 영화 감독, 빔 벤더스 (Wim Wenders)의 ⟪베를린 천사의 시 (Der Himmel über Berlin)⟫에서 영감을 받은 곡. 잠 못 이루는 그 ‘누군가를 위한’, 자장가 같은 노래다. 2015년 니엘 목소리로 불린 노래가 다시 원작자 루시드폴의 목소리로 불린다.
15. 누군가를 위한, (푸른 연꽃 ost)
앨범을 마무리하는 바리톤 기타 솔로곡이다. 기타줄을 뜯는 손가락이 멀리서도 이어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별빛처럼... 잇는다.
누군가를 위해, 겸손히 빛나는 앨범

참으로 평범한 제주에서의 농부로서의 삶, 그것을 기록하면서 시작된 동화 짓기와 음악 작업은 새, 꽃, 나비, 별, 달, 구름, 바다, 산자와 망자를 아우르며 만물을 노래한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자신의 삶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깊이 사랑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이 루시드폴 창작에 근간을 이룬다. 나는 이것이 타인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는 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토록 마음이 젖는 음악과 이야기로, 거기에 햇살을 머금은 감귤을 보태어 누군가를 위하는 앨범(혹은 사람)이 또 있을까. 떠나고 남겨지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이 앨범이 닿길 바란다. 겸손히 빛나는 거성 같은 앨범과 창작자 루시드폴에게 감사하다

LUCID FALL

안테나

루시드 폴(Lucid Fall)은 대한민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화학자다. 1998년 인디밴드 '미선이'로 데뷔한 뒤 2001년부터 솔로로 전향해 서정적인 노래와 비범한 감수성을 선사해왔다. '노래하는 시인'이라는 별명처럼 루시드 폴 초창기에는 주로 편안하면서도 사색적인 포크 음악을 선보였고, 4집 [레 미제라블] 이후로는 어쿠스틱 사운드에 보사노바, 삼바 같은 남미 음악과 재즈, 모던 락을 접목해왔다. 대중들에게는 영화 '버스, 정류장'의 음악 감독으로, 또 유학시절인 2007년 스위스 화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과학자 가수'로 알려졌다. 2009년 시인 마종기와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책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을 펴낸 데 이어, 2013년에는 첫 소설집 [무국적 요리]를 출간했다. 루시드 폴(조윤석)은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2년 부산으로 이사해 초중고교를 부산에서 나왔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입학 첫 해였던 1993년 제5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출전해 기타 곡 "거울의 노래"로 동상을 수상했다. 이어 대학 재학 중이던 1997년 이준관(베이스), 김정현(드럼)과 함께 인디밴드 미선이를 결성했고, 이듬해인 1998년에는 이준관이 탈퇴하자 김정현과 2인조로 미선이 1집 [Drifting]을 발표했다. 미선이는 "송시", "진달래 타이머" 등 감성적인 모던 락을 들려줘 인디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김정현이 카투사에 입대하고 조윤석 자신도 방위산업체 생활을 하면서 미선이 활동은 중단됐다. 당시 조윤석은 방위산업체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음악작업을 해나갔으며, 2001년 프로듀서 고기모와 손잡고 솔로 프로젝트 '루시드 폴'을 탄생시켰다. '투명한 가을'이라는 뜻의 루시드 폴이라는 이름에는 맑은 가을의 이미지를 이야기하는 음유시인이 되었으면 한다는 본인의 바람을 담았다. 그 바람처럼 그는 솔로 데뷔 앨범 [새]에서 차분한 가창력으로 편안하면서도 사색적인 한국형 모던 포크 음악을 선보여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이어 2002년에는 17살 소녀와 32살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 '버스, 정류장' OST를 맡아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모던 락 사운드로 매니아들의 지지를 받았고, 영화 주제가인 "그대 손으로"가 히트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루시드 폴은 서울대 공과대를 늦깎이로 졸업하고 스웨덴 왕립공대와 스위스 로잔공대로 훌쩍 유학을 떠나 오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힘들고 외로운 유학 도중에도 틈날 때마다 계속 곡을 써내려 갔고, 2003년에는 김연우에게 "그건 사랑이었지"라는 곡을 주기도 했다. 이어 그는 2004년 겨울 일시 귀국해 새 앨범 작업을 시작했으며 2005년 3월 함춘호, 김광민 등 특급 세션들을 기용해 두 번째 앨범 [오, 사랑]을 발매했다. 일렉트릭 음향을 최대한 배제하고 어쿠스틱 사운드로 채워 넣은 이 앨범에서는 "할머니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라", "삼청동", "오, 사랑", "보이나요"처럼 자연과 그리움에 대한 애틋한 노래를 가득 담았다. 그 가운데 "오, 사랑"으로 루시드 폴은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팝 싱글' 부문을 수상했다. 2007년에는 스위스에서 생활하며 느낀 외로움("라오스에서 온 편지",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고향 생각("마음은 노을이 되어"), 소외된 자들을 향한 인류애적 시선("국경의 밤")을 담은 3집 [국경의 밤]을 공개했다. 이 앨범에는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가수 이적, 모던 락 밴드 마이앤트메리 등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한편 이 무렵 루시드 폴은 동료들과 함께 작성해 그가 발표한 논문으로 세계적인 학회인 스위스 화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아 '과학자 가수'라는 별명을 얻으며 더욱 유명세를 탔다. 이어 그는 2008년 스위스 로잔 공대 대학원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귀국했으나 공학 대신 음악을 택하고 전업 뮤지션을 선언했다. 2009년 전업 뮤지션이 된 루시드 폴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에서 앨범 타이틀을 가져온 4집 [레 미제라블]을 발표했다. 동명 소설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고 싶었다는 그는 고등어의 시선으로 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고등어", 시대에 희생되어 떠나간 남자와 그를 눈물로 그리는 여자의 사연을 연작으로 담아낸 "레 미제라블" 같은 곡을 통해 지친 일상에 사는 현대인들을 위로했다. 이어 2011년 12월에는 담백한 기타소리와 나지막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여름의 꽃", 스위스 유학 시절 그를 위로했던 브라질 삼바 음악을 담은 "그리고 눈이 내린다" 등을 수록한 5집 [아름다운 날들]을 공개했다. 특히 이 앨범은 전작들과는 달리 아코디언, 비올라, 첼로,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를 동원해 한층 풍성한 선율을 만들어냈다. 이후 2013년 10월 루시드 폴은 6번째 정규 앨범 [꽃은 말이 없다.]를 출시했다.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이 작품에서 그는 모든 트랙을 어쿠스틱 악기로 녹음해 일상을 둘러싼 소리와 풍경을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악기 편성에 담아 음악으로 구현해냈다. 총 10트랙이 실린 가운데, 세미 바리톤 기타의 선율이 인상적인 "검은개"와 유럽의 재즈 마누쉬 (Jazz Manouche) 풍의 산뜻한 "햇살은 따뜻해"가 더블 타이틀 곡으로 선정됐다. 한편 루시드폴은 자신의 노래가사를 모은 시집 [물고기 마음]을 시작으로 시인 마종기와 나눈 편지를 모은 두 권의 서간집 [아주 사적인, 긴 만남](2009)과 [아주 사적인, 긴 만남](2004), 소설집 [무국적 요리](2013), 브라질 가수 겸 소설가 시쿠 부아르키의 장편소설 [부다페스트](2013) 등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현재 제주도에 정착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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